카드깡 이용 사례: 급전 앞에 무너진 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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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의 한 중소기업 대표 김모 씨(45)는 지난해 3월, 사업자 대출이 막힌 상황에서 직원들 월급을 마련하기 위해 카드깡을 이용했다. 그는 동네에 있는 한 전자제품 매장 주인을 통해 신용카드로 500만 원 상당의 허위 가전제품을 결제한 뒤, 수수료 10%를 뗀 450만 원을 현금으로 건네받았다. 그가 대가로 지불한 수수료만 50만 원. 당시 그는 "일주일만 버티면 대출이 나온다"며 계산기를 두드렸지만, 결국 그 450만 원은 밑 빠진 독에 물을 부은 꼴이 됐다. 그 후 그는 여러 카드로 돌려막기를 반복하다가 연체가 쌓였고, 결국 신용불량자가 됐다.
카드깡은 신용카드로 물품을 구매한 것처럼 꾸며 현금을 융통하는 불법 행위다. 공식 통계는 잡히지 않지만, 금융감독원은 매년 수천 건의 관련 신고를 접수한다. 대표적인 사례는 소상공인과의 공모다. 가령 한 치킨 프랜차이즈 가맹점주는 손님 대신 직원의 카드로 200만 원을 결제한 뒤, 수수료를 공제한 현금을 돌려준다. 점주는 카드 수수료(약 2~3%)보다 훨씬 높은 10~20%의 이익을 챙기고, 손님은 급한 현금을 손에 넣는다. 이런 구조는 당장 급전이 필요한 자영업자, 프리랜서, 도박 중독자 사이에서 성행한다.
특히 최근 몇 년간 생계형 카드깡이 늘었다. 서울 관악구에 사는 30대 회사원 이모 씨는 작년 초 의료비가 필요해 모바일 소액결제를 악용한 카드깡에 손을 댔다. 그는 인터넷에서 "24시간 즉시 현금"이라는 광고를 보고 연락해, 100만 원을 결제한 뒤 85만 원을 받았다. 수수료율은 15%였다. 이씨는 "은행 대출은 한도가 없고, 대부업체 이자는 무서워서 어쩔 수 없었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이렇게 빌린 돈은 대부분 고금리 사채로 이어지거나 또 다른 빚을 낳는다.
문제는 이 불법 시장이 점점 고도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과거에는 동네 가게 주인과의 눈속임이 주를 이뤘지만, 요즘은 인터넷 카페나 텔레그램을 통해 모르는 사람끼리 연결된다. 한 중개업자는 "카드사가 의심하지 않도록 소액을 여러 번 나눠 결제하라"고 조언한다. 실제로 경기도 부천에서는 20대 청년이 휴대폰 소액결제로 10만 원씩 20번에 걸쳐 200만 원을 카드깡한 뒤 잠적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피해자는 그를 소개해준 지인. 이런 식으로 개인 간 거래가 늘면서 사기 피해도 급증했다.
카드깡의 대표적인 함정은 ‘돌려막기’다. 급한 돈을 마련했다가 카드 대금 결제일에 다시 돈이 필요해지면 또 카드깡을 한다. 이 악순환은 신용등급을 곤두박질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카드깡을 한 차례라도 이용한 사람은 평균 6개월 안에 연체율이 40% 이상 치솟는다. 또한 카드깡은 여신전문금융업법 위반으로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단순 이용자도 처벌 대상이 된다.
실제로 작년 광주에서는 카드깡을 10차례에 걸쳐 3000만 원어치 알선한 40대 여성이 구속됐다. 그녀는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카드 한도 소진 도와드립니다"라는 글을 올려 고객을 모았다. 피해자 중에는 대학생, 하늘페이 주부, 그리고 소상공인이 포함됐다. 한 대학생은 "등록금이 없어서 했는데 결국 학교도 그만뒀다"고 진술했다.
카드깡은 단순히 불법을 떠나 사회적 안전망의 구멍을 드러낸다. 은행 대출을 받지 못하는 사람들, 긴급 자금을 마련할 곳이 없는 사람들이 이 불법 시장으로 몰린다. 정부는 저신용자를 위한 소액 대출 상품을 확대하고 있지만, 절차가 까다롭거나 한도가 적어 실효성은 낮다. 이런 상황에서 카드깡은 마치 구명줄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사람을 더 깊은 수렁으로 밀어 넣는다.
부산의 한 택시 기사 박모 씨(52)는 차량 수리비 150만 원이 필요해 카드깡을 이용했다. 그는 지인의 소개로 한 부동산 중개사무소를 찾아가 카드로 150만 원을 결제한 뒤 수수료 15%를 뗀 127만 5000원을 받았다. 그런데 그 부동산 중개사는 이후 박 씨의 카드 정보를 이용해 추가로 50만 원을 더 결제했다. 박 씨는 "알고 보니 그 사람이 여러 명을 상대로 같은 사기를 쳤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이런 사례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카드깡 시장은 암시장처럼 움직이기 때문에 정확한 규모를 파악하기 어렵다. 하지만 경찰이 적발한 건수만 매년 1000건을 넘는다. 특히 최근 코로나 이후 생계형 범죄가 늘면서 카드깡도 증가 추세다. 한 카드사의 내부 보고서에 따르면, 이상 결제 패턴을 보이는 가맹점 중 30%가 카드깡 연루 의심을 받는다.
이런 상황에서 소비자 스스로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급전이 필요하다면 우선 정부가 운영하는 햇살론이나 미소금융 같은 제도권 대출을 먼저 알아봐야 한다. 카드깡은 당장 목을 축일 수 있지만, 그 대가는 너무 크다. 불법 업자들이 건네는 현금 한 줌에 평생의 신용을 걸어서는 안 된다는 게 수많은 피해자들의 공통된 후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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